지난해 9월에 주행거리 4만 km를 돌파한 이후 2025년 1월에 주행거리 5만 km의 벽을 넘어섰네요. 물론 사고가 없었더라면 진작 작년에 넘어가고도 남았겠지만 사고의 여파로 또 3개월 이상 걸렸습니다.
여름에도 4만 km 넘기고 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보니까 4만 km에 임박했던 시점에서 사고가 났었네요. 여튼 3만에서 4만 넘어가는 시기처럼 4만에서 5만 넘어가는 시기도 사고 때문에 정상적으로 타질 못했습니다. 사고가 없었더라면 폴스타 렌터카를 한 3000km 이상 타고 반납했으니 온전히 그만큼은 아니더라도 그 수준에 준하게 탔겠지요.
아주 지긋지긋 합니다. 김여사들만 와서 쳐 때려 박아서 양쪽으로 걸레짝 만들어주는 것도 참 신기하네요.
그렇게 2025년 1월 5일에 5만 km를 넘겼습니다.
전에 타던 삼각떼보다 상대적으로 덜 타고 있긴 합니다만, 큰 차이가 날 수준은 아닌데도 사고로 최소 보름 이상씩 차를 세우다 보니 주행거리 증가폭이 종전에 비하면 상당히 더디게 느껴지네요. 그래봐야 이제 1년 4개월도 타지 않은 차량인데 이미 정이 다 떨어진 지는 오래고요. 수리비 나오는 꼬라지를 보면 중간에 무조건 전손이 나올 거 같아서 오래 탈 것 같지도 않네요.
근데 막상 이 차를 전손친다고 쳐도 딱히 탈만한 차가 없습니다. 주행거리 400km 수준은 나와주는 작은 차가 마땅히 없네요. 이 대우 전기차에도 다른 사람을 태운 일이 손에 꼽는데 어차피 혼자 타는지라 큰 차는 딱히 필요 없습니다. 딱 이 정도 경차~소형차 정도 사이즈가 혼자 타기에 부담도 없고 막 돌리기도 좋은데 이 사이즈의 전기차들은 주행거리가 적고, 이 수준의 주행거리가 나오는 전기차들은 또 쓸모없이 크기만 합니다. 그러니 막상 던지고도 탈 차가 마땅치 않은 아이러니한 상황이지요.
3일 차의 시작과 함께 차를 타고 나왔습니다. 이번 6부에서 다루는 곳들은 잘 알려진 관광지도 아니거니와 한국어로 찾을 수 있는 자료도 딱히 없었습니다. 그냥 차 없으면 갈 수 없는 곳을 찾다가 선택했는데, 후쿠오카현과 사가현 경계에 접근성이 좋은 것도 아니고 그냥 전망대 하나 있는 산 꼭대기라 현지인들이나 찾는 그런 장소였습니다. 마치 베트남 다낭이 경기도 다낭시라 불리는 것처럼 경상남도 복강시라 불릴 정도로 그냥 어딜 가도 한국인 천지인 후쿠오카에서 외딴곳이나 한국인이 별로는커녕 아예 없는 곳을 찾으신다면 경치나 보러 가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후쿠오카현과 사가현 경계의 외딴 산골에 찾아가기 위해 렌터카는 필수이고요.
풍경이나 이런 곳까지 갔다고 혼자 만족하는거 말곤 크게 볼 건 없습니다.
큰 도로에서 꺾어 산골로 향해봅니다. 치쿠시노시(筑紫野市) 지역입니다.
초입만 하더라도 그럭저럭 작은 부락들도 있었고 이렇게 사람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평화로운 일요일 아침. 동네 아저씨께서 개와 함께 산책을 하고 계시더군요. 좀 더 올라갑니다.
도로 폭은 점점 좁아지고 있고요. 이런 길로 20km 가까이 올라가야 합니다.
점점 사람이 살고있는 인가(人家)의 모습도 줄어들고, 차량 통행량도 거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렇게 이런 길을 올라가다가 뭔가 넓은 주차장이 있고 공원이 보이기에 잠시 들어가 보았습니다.
쿠센부산(九千部山)을 향해 가던 길에 뭐지 싶어 들어왔습니다만, 야마가미댐(山神ダム)이라고 하네요.
쿠센부산 자락에 자리잡은 이 댐은 야마구치강 상류에 소재한 다목적 댐입니다. 무려 쇼와43년(1968년)에 건설을 시작하여 쇼와 54년(1979년)에 완공되었고 쇼와 55년(1980년) 4월에 물을 채우고 본격적인 운용이 시작되었다고 하네요. 주변의 다자이후시와 치쿠시노시등의 상수원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의 소양강댐과 같은 시기에 건설이 시작되었음에도 훨씬 늦게 완공되었습니다. 당시 기준으로 동양 최대의 규모를 자랑했고 현재도 세계 5위권의 규모를 자랑하는 소양강댐 대비 규모는 약 10분의 1 수준입니다만 완공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대부분 출입이 통제되어 있는데 여기는 수문 위로 건너갈 수 있네요.
가까이에서 댐 구조를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한 번 들어가 봅시다.
개방시간이 따로 존재하나 봅니다.
안내문을 보아하니 오후 5시부터 오전 8시 30분까지는 댐 관리보전을 위해 개문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네요. 즉 오전 8시 30분 이후부터 오후 4시 59분까지는 도보로 출입이 가능하다는 이야기겠습니다.
댐으로 향해봅니다.
이런 댐의 수문을 가까이에서 보는 것은 처음이라 기대됩니다. 45년의 세월을 버틴 댐이라 세월의 흔적은 느껴지지만 애초에 이런 시설물들 자체가 수백년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하기에 겨우 45년 지났다고 무너질 일은 없을 겁니다.
야마카미댐수도용취수설비(山神ダム水道用取水設備)
주철제 슬라이드 게이트를 열어 취수한다고 하네요. 쇼와 54년 8월에 제작되었고, 주식회사 마루시마 수문제작소에서 제작했다고 합니다.
취수설비와는 별개로 수문은 매우 작습니다.
이러한 수문도 방류하지 않은지 꽤 오래되었는지 작은 물길을 제외하면 수풀로 무성하더군요. 현재 댐의 저수량은 97% 수준이라고 합니다.
관리용 엘리베이터가 있나 봅니다.
과연 45년간 얼마나 가동되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댐의 수문 바로 위에서 촬영한 사진입니다.
수문은 도르레와 철제 와이어로 움직이는듯 보이네요. 수로에는 이끼가 잔뜩 끼어있습니다. 그렇게 댐의 수문을 건너 반대편으로 넘어왔네요.
위성사진을 보니 호수를 크게 돌아서 나오는 도로로 보이는데 여긴 통제되어 있네요.
차를 타고 반대편으로 올라왔더라면 아마 여기서 차를 돌려 내려갔을겁니다.
야마가미댐 더 나아가 다목적댐에 대한 설명이 담겨 있습니다.
댐의 대략적인 제원도 나와있고 단면도도 볼 수 있네요. 댐의 높이는 59m. 길이는 307.5m. 대충 그렇습니다.
일요일 이른 아침임에도 관리사무소에 출근한 직원분이 계신듯 합니다.
관리사무소의 게이트는 굳게 잠겨 있습니다만, 저 안에는 근무중인 직원이 있겠죠. 그러니 아침에 나와서 문도 열어놓았을겁니다.
그렇게 다시 차를 세웠던 반대편으로 돌아갑니다.
댐이 건설되며 생긴 호수의 모습입니다.
원래 댐은 방류할 때 와서 구경해야 장관인데 맑은 날씨에 와선 이런 호수 말곤 딱히 볼 건 없었네요. 그렇게 댐을 나와 구센부산 정상을 향해 올라가 봅니다.
사가현과 후쿠오카현을 계속 넘나듭니다.
그나마 중앙선이 제대로 그려져 있는 키야마로 향하는 현도를 타고 가다 다시 가파른 산길을 타고 한참 더 올라가야 합니다. 저 앞에 보이는 작은 언덕배기로 우회전 해야 합니다.
자전거로 산에 올라갔다 내려오는 사람도 보이네요.
올라가다 보면 드문드문 걸어서 산을 등반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입니다만, 인적 자체가 드문 곳입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내비게이션상 아래 보이는 노란 도로는 키야마로 내려가는 현도고 이 구불구불한 산길을 타고 산 정상까지 올라가야만 합니다. 이 구불구불한 길이 겹치는 곳에는 사거리가 존재하고요. 저 사거리에서 우회전을 하여 올라가면 전망대가 나옵니다. 당연하게도 핸드폰도 잘 터지지 않고요. 삼나무가 많은 일본 숲 특유의 음산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산길을 계속 올라가야 합니다.
후쿠오카 번호판의 택시가 산길을 올라가네요. 반가운 동지를 만난 느낌입니다.
이 택시와 함께 토스시 경계를 넘어갑니다. 이 택시와는 전망대 끝까지 같이 올라갔네요.
사거리 같지도 않은 사거리인데 이정표가 존재합니다.
토스시 시내로 가는 길과 미야기초로 가는 길 그리고 전망대로 가는 길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 음산한 산길을 함께 올라가는 택시가 있어 든든했습니다.
설마 손님을 태우고 왔을까? 싶었습니다만, 기사아저씨 혼자 올라와서 좀 쉬다 내려가시더군요. 전망대를 간 것도 아니고 그냥 정상에 올라와서 좀 쉬다 내려가셨습니다.
흰선은 후쿠오카현과 사가현의 경계, 구불구불한 회색 선은 올라가는 도로.
그리고 직선은 산 아래로 지나가는 신칸센 철도입니다.
직전 사진이 10시 4분. 이 사진은 10시 17분. 13분간 올라가도 구불구불한 산길은 끝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약 3분 더 올라가니 그나마 끄팅 보이더군요.
해발 848m. 정확히 따지자면 847.5m인 구센부산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힘드네요.
산 정상에서 한번 더 현의 경계를 넘나듭니다. 제대로 세어보진 않았지만 올라오면서 후쿠오카현과 사가현의 경계를 열 번 가까이 넘나들었을겁니다. 후쿠오카현 나카가와시와 사가현 토스시의 경계만 계속 넘나들었네요. 올라가는 길도 그렇고 정상에 각종 방송국의 중계소가 소재한 집 근처의 원효봉과 비슷한 포지션이긴 합니다만, 해발 700m에 미치지 못하는 원효봉에 비하면 엄청 높은 산입니다.
구센부산 전망대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고 어느 지역을 가나 큰 산 정상에는 TV와 라디오의 전파를 지역 전역에 송출하는 중계소가 있습니다. 사가TV 중계소가 보이네요. 이외에도 곳곳에 각종 중계소와 큐슈전력과 서철에서 세운 업무용 기지국도 존재한다고 하네요.
업무용 기지국으로 추정되는 시설입니다.
그나마 올라오니 핸드폰도 터지고 사람도 꽤 있습니다. 저 옆에 세워진 작은 경차에서는 아저씨가 주무시고 계시더군요. 즉 이 근처에서 할일 없는 사람들이 시간을 때우러 오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 보이는 장소였습니다.
구센부. 구천부(九千部)라는 이름은 헤이안 시대(951년)에 한 스님이 이 지역의 풍수재해를 진정시키기 위해 이 산에서 49일간 법화경 1만 부를 낭독하는 수행을 했었는데, 7일째 되는 날에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당시 이 스님이 법화경을 9천부까지 읽었던 상황이었고, 그래서 구천부(九千部)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네요. 이 주변의 다른 산들과 함께 현립자연공원으로 묶여있다고 합니다.
이 흰색 크라운을 타고 오신 아저씨는 발전기까지 동원해서 HAM 통신을 하고 계셨습니다.
발전기를 가동하여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더군요. 중간에 올라오며 HAM을 하시는 다른 아저씨 한 분도 볼 수 있었는데, 이 아저씨는 차량 시동을 계속 걸어두기 뭐하니 휴대용 발전기까지 챙겨오는 정성을 보이고 계셨습니다. 이 크라운이 주차된 자리 옆의 작은 샛길을 타고 넘어가면 전망대가 나옵니다.
철조망을 지나 약 2~300m정도 걸어가면 3층 규모의 전망대가 나온다고 합니다.
가파르지도 않고 길도 괜찮아서 걸어가기 나쁘지 않습니다.
중계소의 철조망을 지나면 전망대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습니다.
낙엽이 가득한 산길을 타고 조금만 올라가면 됩니다.
해발 848m. 정승 비슷한 시설물이 보이네요.
뭐 어느 지역이나 마찬가지로 구센부산 역시 지역 산악회에서 산의 정상을 알리는 구조물을 설치해뒀습니다. 정승 뒤로는 작은 사당의 모습이 보이는데, 일본에서 칠복신으로 불리는 불교의 천부 변재천(辯才天)을 모시는 사당이라고 합니다.
구름 없이 맑은 하늘을 원했지만, 낮은 구름이 지나가서 조망이 썩 좋진 않네요.
그럼에도 구불구불 산길을 타고 올라왔으니 전망대로 올라가 봅니다.
전망대는 3층 규모의 목조 망루입니다.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됩니다.
후쿠오카 방향으로 바라보니 중계탑 대잔치네요.
키야마 토스 방향으로는 낮은 구름에 가려서 딱히 뭐가 보이진 않습니다.
산 정상까지 차를 타고 쉬러 온 아저씨들은 전망대에서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고 계시네요.
그렇게 마땅한 소득 없이 전망대를 내려옵니다.
주차장에는 간이화장실도 있습니다.
당연히 상수도가 들어오는 지역이 아니기에 수도는 존재하지 않아 냄새가 심하게 납니다. 환경도 그리 좋아보이진 않고요.
오물을 담아두는 정화조도 존재하네요.
분명 분뇨수거차가 와서 수거를 해야 할텐데 이 구불구불한 산길을 올라오는것도 꽤나 힘들거라 생각됩니다. 대략 20여분정도 정상에서 머물다가 다시 내려갑니다.
아까 올라가면서 택시를 따라 우회전했던 사거리에서 다른 방향으로 내려와 봅니다.
그러니 못보던 풍경들도 보이네요. 여름에 오면 좋았을법한 계곡도 보입니다.
그래도 업힐보단 다운힐이 시간이 덜 걸리긴 하네요.
산 반대편 길로 내려오기도 했지만 상대적으로 올라가는것보단 내려가는게 시간이 덜 걸리긴 합니다.
그냥 이 국도를 타고 후쿠오카로 들어갑니다.
한국 기준으로는 구도로 수준인 국도 385호선을 타고 13km만 들어가면 후쿠오카라고 하네요.
지나가던 길목에 있던 초등학교에서는 가을운동회가 한참 진행중이더군요.
애초에 학교에서 진행하는 운동회 자체가 일제의 잔재입니다. 보통 한국의 학교들은 평일에 진행하는데 특이하게도 일본에서는 일요일에 진행되는군요. 부모님들도 대부분 쉬는 날이라 참석이 가능하겠지만, 학생들 입장에서는 피곤한데 일요일에 쉬지도 못하고 월요일에 등교해야하는 상황일 겁니다.
麺専科げんき 면 전문점 '겐키(건강)'라고 해야 맞으려나요?
지나가는 길에 라멘집이 있어 점심을 먹고 갑니다. 말 그대로 라멘집이고요. 그냥 국도변에 소재한 평범한 라멘집이었습니다.
사진상에 보이는 세트메뉴들의 가성비가 상당히 좋습니다.
야키소바나 가라아게 돈카츠같은 메뉴들도 있지만 주력 메뉴는 라멘입니다. 라멘에 밥이나 교자가 까지 얹어주는데도 비싸봐야 1200엔 수준이네요. 뭘 먹을까 하다가 중국식 볶음밥(チャーハン)과 돈코츠 라멘이 함께 나오는 980엔짜리 챠항세트를 주문했습니다.
적당한 돈코츠 라멘에 한국에서 먹는 맛과 비슷한 중국식 볶음밥까지 배 터지게 먹었습니다.
그렇게 배터지게 먹고 후쿠오카로 다시 이동합니다. 후쿠오카를 거쳐 기타큐슈로 넘어가서 3일차를 마무리 하는 이야기는 7부에서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