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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그래요. 또 떨어졌습니다. 핑계를 대자면 제 성격이 급한것도 역시나 문제로 지적되었지만,속된말로 "인도 뻔히 놔두고 차도 한가운데로 걸어가는 어르신"으로 인한 감독관의 간섭이 주된 실격사유였습니다.

 

12년 1월 10일 화요일. 도로주행시험 재수


10시까지 학원에 오라는 전화를 받고 10시쯤에 맞춰서 학원에 갔습니다. 딱 10시에 맞춰서 가니 다른 응시자들은 이미 지문을 찍고 응시절차를 마쳤고 저는 거의 마지막으로 응시절차를 마친 뒤 사실상 시험이니 연습이니 상관없이 모두 이용하는 대기소인 "기능대기소"로 이동했습니다.

그렇게 응시자들이 모두 모이고 이번에는 학원 내에서 감독관으로 활약하는 분의 호명에 따라 시험을 보는사람 한명과, 증인 한명을 태웁니다. 참고로 처음에 시험을 본 응시자는 지난 5부에서 안전벨트 미착용으로 실격당했다는 그 친구였습니다.

약 20분정도가 흐른 뒤.. 그 친구가 돌아왔습니다. 돌아와서 조금 무덤덤한 표정으로 내리더군요. 그래서 혹시 또 떨어진건 아닌지 물어보았습니다.

"붙었어?"

"어.."

"근데 왜그래.."

"다들 기뻐하면서 내리길레 난 그냥 무덤덤하게 내렸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

"축하해ㅋㅋ"

"아.. 이제 여기를 뜰 수 있겠구나...

그렇게 한사람 두사람씩 합격의 기쁨을 누리고... 한명을 제외하고는 감독관이 아니라 직접 응시생이 차를 끌고 장내로 들어온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대부분이 합격의 기쁨을 누렸을것이라 추측됩니다.

그렇게 시간은 지나고 또 지나고.. 정말 기능대기소에서만 지루하게 2시간하고 30분을 보냈습니다. 이건 뭐.. 쉬러오는 기능연습생이랑 도로주행 연습생이랑 강사님들도 몇번은 보고 어쩌고 하다가 겨우겨우 증인으로 탑승했습니다.

 
사실상 지난번 시험은 제가 첫번째였기때문에 증인으로 타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증인으로 채점지에 서명을 하고, 옆에 다른 응시생이 운전하는대로 쭉 갔습니다. 채점지를 힐끗 보기도 했는데.. 교차로에서 정차하기 전에 신호가 바뀌어서 바로 간것도 아마 양 옆을 보지 않아서 그런 것 같은데 감점대상이더군요. 그렇게 체크가 한 세번정도 되는것을 보았습니다. 큰 무리는 없었으며 장내까지 다 들어오니 차분하게 잘 한다며 그분은 합격하더군요. 그리고.. 제 차례가 왔습니다.

흐음.......

차에 타서,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나가려고 핸들까지 잡고 클러치 살살 떼는데 사이드 안풀어서 빨리 풀으니 체크. 사실 지난번 처음 시험때보다 부담감도 컸고 도로로 나가니 한번 돌때 한번정도 겪기도 힘든 온갖 잡다한 변수들이 꽤 많이 나타났습니다.

학원에서 큰 도로로 나오는 작은 골목길에서 차를 두대씩이나 맞이해서 멈추었다가 가고
(무조건적인 양보운전과 유도리있게 채점을 하겠다고는 하셨는데.. 옆으로 피해주려니까 왜 옆으로 피하느냐고 핸들을 잡더군요. 뭐 결국은 제가 피해주려다가 상대편 차가 피해서 갔지만요. 이건 감점 안됬습니다.

지난번 탈락의 쓴맛을 주었던 학원에서 큰길로 진입하는 진입로. 지난번처럼 나오긴 했는데, 그냥 쭉 차를 집어넣으니까 차선 안으로 완벽하게 들어갔습니다.
(뭐.. 그렇다면 지난번에도 그냥 갔어도 됬는데.. 제기랄..)


그렇게 잘 가다가.. 차가 많지 않은 삼거리가 하나 나옵니다.

그 삼거리에서 황마 한대가 방향지시등을 켜고 좌회전을 해오려 하기에 정지선 안에서 잠시 정차를 했죠.(참고로 방금 전 응시자 역시나 우를 살피지 않고 가서 감점되었습니다.) 그렇게 황마가 빠져나오고 출발한 뒤에야 스펙트라가 시야에서 보였는데, 거리가 있는걸로 추정되어 뒷차도 있고 나름 유도리있게 빠져나왔으나 이 역시 감점.
(사실상 직진차량이 우선이고 스펙트라는 거의 다 도로를 지나서야 방향지시등을 켜고 정차했다.)

그렇게 잘 가다가 교차로를 지나 신호등이 없는 4차선도로 삼거리에서 우회전을 할때는 저 멀리에서 오는 차까지 다 기다렸다가 가고.. (그러니 뒷차들은 기다리다가 다 옆으로 추월..) 
4차선 도로에서 원룸단지로 우회전해서 들어가자마자 코란도 앞질러감.

하지만, 원룸단지를 다 빠져나오고 다시 4차선 도로를 타려 할때 복병을 하나 만났습니다!

노인네 어르신 넷이서 걸어갑니다. 다 할머니입니다. 할머니 둘은 인도로, 또 둘은 도로를 반이상 점거하고 걸어갑니다. 사실상 차량통행이 적은 도로라 그렇다치지만 예전에 어떤 할머니 길 가운데에 있는거 중앙선넘어서 피해갔다고 바로 실격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겁이나서 이거 중앙선 넘어서 그냥 갔다가 보행자 보호위반으로 실격 아닌가 싶어 천천히 속도를 0에 가깝게 줄여서 중앙선 안쪽으로 들어갈려 애씁니다.

하지만 이 무심한 노인네 할머니들은 분명 바로 앞에 차가 보이는데도 옆에 분명히 인도 있는거 놔두고 자기들 얘기만 하면서 갈길을 가려 합니다. 거의 정지수준에 가깝게 차는 굴러가고.. 마음같아서는 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크락션을 누르고 싶었지만,(그렇다고 안쪽으로 들어갈 것 같지도 않고 제갈길 갈테지만..) 차분해지자며 속에서 치밀어오르는 도로를 점거한 어르신에 대한 원망스러운 마음을 가듬고 아주 처언천히 갑니다. 차 앞으로 걸어오는 어르신들과도 가까워지고, 그냥 핸들을 살짝 꺾어 가려고 마음먹은 때 옆에서 감독관이 핸들을 돌립니다. (사실 사람과의 거리는 충분히 있었음)

그렇게 한소리 듣고 거의 다 와서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적이 있었는데, 감점을 하지 않는것으로 보아 이미 실격임을 예견했습니다. "운전은 잘 하나, 도로주행 시험에 맞는 운전이 아니다. 긴장도 좀 한것같은데 차분해져야 한다"는 평을 듣고.... 그렇게 4만 5000원을 한번 더 날렸습니다.

사실 학원 진입로로 들어오면서도 막다른길에서 차도 두대 만나고, 한번은 순전히 가운데로 가는 어르신 옆에 눈 쌓이고 흙 쌓인곳 밟아가면서 피해서 왔습니다.
(옆에 엔진소리 들리면 아무리 보행자가 우선이라도 옆으로 비켜줘야죠.)

사실상, 처음 시험보다도 이번엔 붙어야한다는 강박관념때문에 떨었고.(첫 시험때는 뭐 클러치 밟는 발이 덜덜 떨릴정도는 아니였으니) 나름 유도리있게 지나갔다가 한번 감점을 먹고 지나친 도로교통법규 준수라는 강박관념에 끝까지 안쪽으로 천천히 가려고 노력하다가 바로 앞에 차가 보이는데도 얘기하면서 자기 갈길만 가고, 젊은이 앞길은 생각 안하는 두 어르신덗에 핸들을 돌리려고 하기 전에 옆에서 핸들을 잡아서 실격되었습니다.

뭐 어쩔때는 지나가는 사람 한명도 없을때도 있고, 진상 보행자를 만나는 경우도 한번 있을까 말까지만 진상 보행자를 비롯해서, 좌회전차량을 몇번 보지 못했던 사거리에서 두대가 어느정도 큰 간격을 두고 좌회저는 하는 상황.. 꺾자마자 바로 추월나오는 코란도 등등... 도대체 어디까지 차분해져야 하는건지.. 도로에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질정도까지 차분해져야 할까요? 처음 시험때보다 마음도 굉장히 가다듬었고 차분했다고 평가됩니다만.. 도대체 어디까지가 정답일까요.
(안전벨트로 떨어진 친구가 욕하고 굉장히 짜증내던게 남의 일 같지 않네요..)


과연 삼수는 붙을 수 있을까요? 티스도리의 운전면허 취득기는 제발 마무리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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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도리

만 30세 도태남의 처절한 삶의 기록. sinc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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